영암군 시종면 학림마을 손 모심기 날, 동네 떠들썩
"마을사람들 정성에 감동, 영암군이 마음에 콕 박혔다"
꼬마농부 등 시민 140여 명 참여 모심기, 새참체험 등

“고사리손이 모이면 못 할 일이 없다. 논 한 마지기가 우습다.”
“고양이도 꾹꾹 모심기도 꾹꾹, 쌀밥 먹으려면 꾹꾹.”
“오늘 못 심으면 내일 심고, 그냥 학림마을에서 살게요.”
마을청년회, 부녀회, 노인회가 ‘꼬마농부’를 응원하는 현수막을 논두렁에 내걸었다.
지난 6일, 영암군 시종면 학림마을에서 손모심기 행사가 진행됐다.
영암군농촌활성화지원센터, 촌팜협동조합, 학림마을이 함께 준비한 행사로 도시민 140여 명이 참여해 모심기, 새참체험, 감자 삶아먹기, 동화구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꼬마농부님들 정성에 마을이장님 한 해 농사가 달렸습니다. 풍년, 흉년은 모를 심는 꼬마농부님들의 손끝에서 결정됩니다. 하하.”
손모심기 행사장이 다름 아닌 학림마을 정점일 이장님 논. ‘고심’이 많았단다.
“모는 내가 다시 심으믄 되지만, 아이들이 논에 들어가야 하니까, 논에 물을 어느 정도 넣어야 할까 신경이 가고, 트랙터로 논을 한번 더 갈아줘야 (애들이) 편할지….”


작은 무대가 논 가운데에 마련됐다.
‘꼬마농부학교 개강식’. 꼬마농부 셋이 위태위태하게 논으로 걸어 들어가 무대에 섰다.
“나는 흙과 물을 관리하는 농부다. 흙과 물이 살아있을 때 모든 농산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나는 흙과 물의 생명력을 지켜내는 농부가 될 것이다.” 꼬마농부들의 농부선서.
네 명의 꼬마농부들이 무대에 섰다. “8월과 9월, 밥풀 같은 하얀 벼꽃이 필 수 있도록 바람님이 도와줘야 해요. 그리고 절대 ‘버럭’ 하면 안 돼요. 태풍으로 변하면 안 된다고요. 우리는 농사 초보여서, 벼 쓰러지면 절대 감당 못 해요.” 햇님·바람님·빗님·달님·별님에게 드리는 당부.
정점일 이장의 환영사에 참여자들이 ‘환호’ 했다. 마을방송을 직접 시연한 것.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감수’ 받았다는 환영사를 ‘낭독’했다.
“꼬마농부님들이 오신다고 하니 마을 주변 풍경이 달리 보였습니다. 감자꽃이 예쁘게 확 피워줬으면…. ‘아이들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을 만들어줘야겠다’라는 마음 하나로 오늘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학림마을 주민들의 지도로 진행된 모심기. 넘어지고, 주저앉고…. 그런데도 못줄이 척척 옮겨진다. 아이들 모심기에 어른들이 더 신났다. “오메, 오메 잘 심네.”
응원이 터진다. “아이들이 진짜 모를 심으러 왔고만. 올해 농사 대풍이겠네. 쌀 나오겄네.” 못줄 이 십줄이 금방이다.
마을청년회 정순혁 회장이 ‘모내기 소리’로 분위기를 돋았다.
“어울려 보세 어울려 보세, 에-헤로-로 상-사뒤요.”
마을농악이 사라진 지 오래, 옆 마을에서 온 상쇠, 장구치배, 징치배가 장단을 맞췄다.
기획에 없던 행사가 생겼다. “애들 염소 좋아라 하지 않것어.” 마을회관 마당에 엄마염소, 새끼염소가 등장했다.
집집에서 씨나락(볍씨) 담그는 고무대야가 나왔다. 진흙 범벅된 아이들이 씻을 곳.
또 의견이 나왔다.
“우리집에 손주들 오믄 해준 풀장있는디…. 여그서 물놀이도 해라고 하제.” 갑작스레 나온 프로그램이 아이들 인기를 독차지했다.

새참으로 나온 것은 열무국수와 콩물국수.
정순혁 청년회장은 “학림마을 모내기철 마지막 음식이었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설탕도 비싸고 귀했다. 그래서 ‘사카린물’에 국수를 말아 먹었다. 모내기할 때가 곡식 바닥날 때이고, 예전에는 밀농사가 있어, 국수를 먹었던 같다. 모심기는 동네 사람들이 다 붙어서 하니까, 모꾼들이 집에 있는 음식을 조금씩 가지고 나왔다. 그것이 반찬이 되고 했다.” 시골 형편이 나아지며, 사카린물국수가 설탕물국수로 바뀌었다. 설탕국수 대신 열무국수, 콩물국수를 새참으로 먹었다.
이날 행사에 나온 콩물과 두부는 지역업체인 월출산농협에서 제조한 것.
“가장 신선한 맛을 선사하고 싶었다.” 조합원들이 새벽 2시에 공장에 나와 작업을 했다고 한다.


경기도 양평에서 참여한 정은희 씨는 “오늘 모심기체험 때문에 영암이라는 곳이 마음에 콕 박혔다”고 말한다.
“식혜, 전 등 어머니들이 만든 음식, 솥에 삶은 감자, 안내문구 등 준비하신 분들의 정성과 마음이 하나하나 느껴져 감동했다. 영암에 처음 와봤는데, 이제 장을 볼 때도 영암에서 나오는 농산물이 눈에 들어올 것 같다.”
학림마을 소명숙 부녀회장은 “작은 농촌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행사 준비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마을사람들에게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준 것 같다”고 밝혔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영암군의 매력적인 농촌 자연공간에서 생기 가득한 행사가 펼쳐져 기쁘다”며 “영암 주민들이 지역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즐겁게 펼쳐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확장해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동화구연가 장미화 씨의 동화구연, 분꽃·맨드라미·능소화 등 마을꽃 이야기 전시, 농촌 관련 시화전 등이 함께 진행됐다.
김영수 시민기자 sunskyland@naver.com